일타스님 사리탑 제막식

강충세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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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의 거목, 일타스님의 사리탑을 기록하다

​일타(日陀)스님(1929~1999)은 한국 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대선사이시다.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 무려 41명이 출가한 깊은 불심의 가문에서 태어나,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특별한 출가 내력을 지닌 분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은 1954년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장좌불와(長坐不臥) 수행과 매일 3,000배 기도를 이어가며 수행 의지를 다졌다. 이때 오른손 네 손가락 열두 마디를 태워 불을 밝히고 부처님께 바치는 연비(燃臂)를 행하셨는데 이 치열한 용맹정진은 일타스님의 구도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 일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을 역임하셨으며 해인사 지족암과 은해사 등에 주석하며 후학 양성과 포교에 전념하셨다.

​스님은 1999년 11월 29일, 세수 71세, 법랍 58세로 미국 하와이 와불산 금강굴에서 입적하셨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팔공산 은해사에서 봉행되었으며 다비 후 수습된 37과의 사리와 장엄구는 해인사 지족암에 모셔졌다.

​지족암에 오랫동안 모셔져 있던 사리는 2008년 11월 11일 향적스님에 의해 사리함에 봉안되었다. 이어 스님의 열반 9주기를 맞아 해인사 경내 부도전에 부도가 조성되었고, 그 안에 사리함을 안치하는 성대한 제막식이 봉행되었다.

​나는 이 뜻깊은 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 지족암에서 37과의 사리를 사리함에 봉안하는 모습부터 해인사 부도전의 사리탑 건립 공사 과정, 그리고 종정 스님을 비롯한 한국 불교계의 대덕 스님들과 불자들이 함께한 제막식 현장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은 진주 성전암 주지이신 혜찬스님과의 인연 덕분이었다. 수행자 시절 우연히 알게 된 후 허물없이 지내온 스님께서는 해인사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잊지 않고 내게 소식을 전해 주었다. 스님은 일타스님이 말년에 해인사 지족암에 주석하실 때 곁에서 가르침을 받으며 시봉했던 막내 상좌셨다. 그 특별한 인연 덕분에 나 역시 일타스님 사리탑 제막의 전 과정을 소중한 사진 기록으로 남기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사리탑이 들어선 해인사 부도전은 한정된 부지 때문에 예로부터 남다른 선지식이 아니면 사리탑을 세우기 힘든 곳이다. 해인사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부도전은 해인사 창건과 관련이 깊은 희랑대사(希朗大師)를 비롯해 성철스님 같은 큰스님들이 모셔진 거룩한 공간이다. 이곳에 일타스님의 사리탑이 세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스님의 선경(禪境)과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일타스님의 사리탑과 행적비는 불교 미술 전문가인 이영섭 조각가의 작품이다. 대개 사리탑은 거북 형태의 귀부(龜趺) 위에 비석을 세우지만, 일타스님의 행적비는 거북 대신 머리에 꽃구름과 비천상을 이고 있으며 화강암 바닥 위로 꽃구름이 떠 있는 형상이다. 사리탑 역시 원형이 아닌 사각형으로 조성되었으며, 네 모퉁이에는 네 마리의 사자가 탑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천상의 꽃구름과 거니는 동물들이 어우러져 일반적인 사리탑과는 차별화된 조형미를 보여준다.

​각자(刻字) 작업은 라익환 선생이 정과 망치를 들고 맡아 완성했다. 공사 현장을 찾았던 이영섭 조각가로부터 사리탑의 설계 배경을 직접 들은 덕분에 작품에 담긴 의미를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제막식 당시,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쓰지 못함에도 직접 개발한 여음적(餘音笛)이라는 대금으로 외손 연주를 선보이신 이삼(二三)스님의 대금 소리는 제막식의 아늑하고 거룩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일타스님은 깊은 불교 교리를 누구나 알기 쉽게 평이하고 따뜻한 문체로 전한 저술가이기도 했다. 『오계 이야기』, 『생활 속의 기도법』, 『윤회와 인과응보 이야기』 등을 통해 일상에서 불법을 실천하는 길을 제시하셨다. 따뜻하고 자비로운 성품으로 많은 불자에게 ‘관세음보살의 화신’과도 같은 칭송을 받으셨다.

​치열한 수행 정신과 따뜻한 자비를 품으셨던 일타스님. 스님께서 남기신 가르침과 자취는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빛으로 남을 것이다. 그 뜻깊은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시대의 대선사를 기리는 작은 소임이자, 내 삶에 주어진 참으로 감사한 인연이었다.

​2026년 10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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