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치]
숲에서 가장 시끄럽고 가장 자주 놀림받는 새. 깃털은 화려하지 않고, 울음소리도 곱지 않다. 도토리를 묻어두고 그 자리를 잊어버려서 새대가리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숲에서 제일 굵은 나무들은 대개 그 건망증에서 자랐다. 어치가 다시 찾아 먹지 못한 한 알이 빗물에도 쓸려가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참나무가 된다. 비웃음을 사는 쪽이 숲을 짓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사람 중에도 어치를 닮은 이가 있다. 조명이 가장 환하게 비치는 얼굴들 바로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 작은 눈과 짧은 다리를 먼저 꺼내 웃음을 산다. 객석은 자학이라고 생각하며 웃지만, 제 얼굴을 소재로 삼으려면 오히려 단단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는 웃음을 앞세운 채 조용히 무언가를 묻는다. 잘생김과 못생김에는 처음부터 기준이 없었다는 것. 넓은 벌판을 지켜낸 건 늘씬한 다리가 아니라 바람에도 눈을 찡그리지 않던 가느다란 눈이었다는 것. 그의 농담은 놀림거리가 되어 온 것들이 스스로를 사랑해도 되는 이유를 하나씩 쥐여준다.
그가 꿈꾸는 뒤집기는 높은 것을 끌어내리는 쪽이 아니다. 높은 것은 제자리에 두고, 낮다고 여겨져 온 것들의 자리를 한 뼘씩 올려주는 쪽이다. 그래서 그의 말은 누군가를 찌르지 않고 옆에 앉는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는 건 훈계가 아니라 같이 넘어져 눈이 마주친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는 이미 그 옆자리에 가 있다. 밤늦은 광장에서 나라의 첫 문장을 한 줄도 틀리지 않고 외워 청년들에게 돌려줄 때도 그렇다. 이 땅은 원래 너희 것이었다는 사실을 굳이 제 목소리로 한 번 더 확인시켜 주는 사람. 우리 세대가 어질러놓은 것은 우리가 치우고 가겠다는 약속을 웃음 끝에 슬쩍 얹어두는 사람.
어치는 자기가 무엇을 심었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광장의 이야기꾼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오늘 밤 그가 흘려두고 간 문장들이 누구의 가슴에 묻혀 몇 해를 버틸지, 어떤 그늘로 자랄지 그는 끝내 확인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먼 훗날 누군가 그 나무 아래서 쉬며 저 나무는 누가 심었을까 물을 때, 대답 대신 어디선가 시끄러운 새 울음 하나가 들려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숲에서 가장 시끄럽고 가장 자주 놀림받는 새. 깃털은 화려하지 않고, 울음소리도 곱지 않다. 도토리를 묻어두고 그 자리를 잊어버려서 새대가리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숲에서 제일 굵은 나무들은 대개 그 건망증에서 자랐다. 어치가 다시 찾아 먹지 못한 한 알이 빗물에도 쓸려가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참나무가 된다. 비웃음을 사는 쪽이 숲을 짓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사람 중에도 어치를 닮은 이가 있다. 조명이 가장 환하게 비치는 얼굴들 바로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 작은 눈과 짧은 다리를 먼저 꺼내 웃음을 산다. 객석은 자학이라고 생각하며 웃지만, 제 얼굴을 소재로 삼으려면 오히려 단단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는 웃음을 앞세운 채 조용히 무언가를 묻는다. 잘생김과 못생김에는 처음부터 기준이 없었다는 것. 넓은 벌판을 지켜낸 건 늘씬한 다리가 아니라 바람에도 눈을 찡그리지 않던 가느다란 눈이었다는 것. 그의 농담은 놀림거리가 되어 온 것들이 스스로를 사랑해도 되는 이유를 하나씩 쥐여준다.
그가 꿈꾸는 뒤집기는 높은 것을 끌어내리는 쪽이 아니다. 높은 것은 제자리에 두고, 낮다고 여겨져 온 것들의 자리를 한 뼘씩 올려주는 쪽이다. 그래서 그의 말은 누군가를 찌르지 않고 옆에 앉는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는 건 훈계가 아니라 같이 넘어져 눈이 마주친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는 이미 그 옆자리에 가 있다. 밤늦은 광장에서 나라의 첫 문장을 한 줄도 틀리지 않고 외워 청년들에게 돌려줄 때도 그렇다. 이 땅은 원래 너희 것이었다는 사실을 굳이 제 목소리로 한 번 더 확인시켜 주는 사람. 우리 세대가 어질러놓은 것은 우리가 치우고 가겠다는 약속을 웃음 끝에 슬쩍 얹어두는 사람.
어치는 자기가 무엇을 심었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광장의 이야기꾼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오늘 밤 그가 흘려두고 간 문장들이 누구의 가슴에 묻혀 몇 해를 버틸지, 어떤 그늘로 자랄지 그는 끝내 확인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먼 훗날 누군가 그 나무 아래서 쉬며 저 나무는 누가 심었을까 물을 때, 대답 대신 어디선가 시끄러운 새 울음 하나가 들려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